도심 속 사라지는 공원에 대하여

공원일몰제와 수직빌딩숲 1편

Posted by Minki on April 30, 2020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진행한 연구입니다. 제가 잘못 알고 있는 점이나 수정•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댓글로 알려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들어가는 글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거리두기가 한창인 지금, 집 안에 머물러 있는 나에게 조경대학원에 진학한 동기가 설문조사를 부탁했다. 설문조사의 내용은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거리두기’가 장기화 되면서, 근린공원이나 집 앞을 산책하는 것이 내면의 스트레스 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설문조사였다. 평소라면 동기의 부탁으로 설문지를 제출하고 끝났을 일이였다. 그러나 코로나로 힘든 이 시기에 도심 속 공원이 사람들의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니, 내심 조경학을 전공한 나에게 알지 못할 뿌듯함을 주었다.

하지만 뿌듯함도 잠시 내 머릿속에는 ‘공원일몰제’가 떠올랐다. 공원일몰제란 단어가 생소한 사람들에게 주관적인 견해로 해당 제도를 설명하자면, 공원일몰제는 한 마디로 과거 대한민국의 ‘공산주의’가 도심 속 공원에 남긴 유산을 없애는 일이며,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도심 속 공원의 대규모 소멸을 의미한다.

공원일몰제에 대하여

1. 공원일몰제 시행 배경

도시공원은 지나친 도시 확장을 제어하고 자연경관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도시민의 건강과 휴식에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나 도시공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궁금했던 적이 있었는가? 도시공원은 과거 70~80년대 대한민국 선진화의 일환으로 사업집행과 재정집행 능력에 대한 고려 없이 무분별하게 전국적으로 지정되었다. 이에 해당 토지가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토지주는 자신의 의사와 관련없이 재산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자신이 가진 땅을 시민들에게 도시공원으로써 강제적으로 내주어야만 했다.

지속적으로 부당함을 느낀 토지주들은 시간이 흘러 헌법재판소에 과도한 사유재산 침해를 이유로 도시계획시설에 관한 법률 중 일부에 헌법 소원을 제소하였고, 1999년 10월 21일 헌법재판소가 지주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헌번재판소는 판결문을 통해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부지가 10년동안 도시공원으로써 집행(개발)이 안 되었다면, 지정된 날로부터 20년 후, 즉 2020년 7월 1일 다음날 도시공원으로써의 지위 소멸을 명하였다.

2. 공원일몰제 시행 그 이후

그렇다면 공원일몰제가 시행된다면 전국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우선 첫 번째로 도시공원의 대규모 소멸이 발생한다. 현재 도시공원일몰제의 적용을 받는 공원은 전국적으로 총 4,421곳이다. 이 중 전국적으로 가장 주목을 받는 서울 소재지의 공원은 2019년 8월 기준 총 130개소, 미집행 면적은 총 91.748km2 으로 여의도 면적의 32배소에 해당한다. 그리고 이런 대규모 공원의 소멸로 인해 파생되는 부작용들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1. 서울시 1인당 공원 면적 축소 (11.3m2 -> 5.7m2)
  2. 개발압력 상승으로 인한 도시의 난개발 발생
  3. 도시공원면적 축소로 인한 도시 생태네트워크 기능 단절

<도시별 소멸 예정 공원 면적(2016.12 기준)>

소재지 일몰 면적(사유지 포함) 소재지 일몰 면적(사유지 포함)
전국 942.241km2 서울 137.036km2
부산 62.410km2 경남 85.832km2
대구 24.831km2 경북 72.423km2
인천 44.156km2 전남 61.570km2
광주 20.684km2 전북 49.183km2
대전 25.200km2 충남 38.940km2
울산 36.656km2 충북 32.204km2
세종 22.099km2 강원 38.227km2
경기 182.480km2 제주 8.303km2

수직빌딩숲

공원일몰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공원으로 지정된 부지를 매수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서울시만 하더라도 조성 비용이 16조 2,141억에 달하며 이는 평당 584만원정도이다. 그러나 현재 코로나로 경기 불황과 매입 예산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원 부지 매입은 적절하지 않은 방안이다. 또한 서울시는 해당 문제 해결을 위해 ‘민간공원법’, ‘공청회개최’, ‘1조 7000억 매입 예산 배정’ 등 다방면으로 많은 노력을 했지만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여전히 서울시와 토지주들은 해당 부지의 공시지가 평가금액을 두고 많은 갈등이 있는 상황이다.

실제 공원이 속한 행정동 공시지가와 공원 부지의 공시지가 가격 차이를 알아보기 위해 토지이용규제 내비게이터인 ‘LURIS’를 통해 공원 부지 공시지가와 행정동 평균 공시지가를 비교해 보았다. LURIS에서 확인한 130개소의 평균 공시지가는 행정동 공시지가의 37%로 매우 낮은 금액이 책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서울시가 공원 부지를 무리해서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라 갈등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원부지와 행정동 공시지가 비교(2018년 기준)>

공원명 보상액 공지시가 행정동 평균 공시지가 보상 비율
용마도시 자연공원 35,600원 3,320,000원 1%
수락산 도시자연공원 11,300원 1,800,000원 1% 미만
인능산 도시자연공원 12,400원 2,060,000원 1% 미만
우면산 도시자연공원 75,000원 5,620,000원 1%
••• ••• ••• •••
개봉동 소공원 1,215,000원 3,210,000원 38%
청량근린공원 1,020,000원 2,580,000원 40%
도곡근린공원 12,920,000원 30,450,000원 42%
미아동어린이근린공원 1,280,000원 2,850,000원 48%

지금까지 오랫동안 개발이 안되고 방치된 지역적 특성과 일몰 적용 공원 중에 산림 면적이 상당 부분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37%가 매우 낮은 비율임은 변함없다. 이에 나는 2018년에 현재 고려대학교 컴퓨터공학대학원에 재학중인 유민형님과 함께 새로운 해결책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공원일몰제 해결을 위한 수직빌딩숲 입지선정’에 대해 서울디지털재단에 제안 후 논문으로 작성하여, ‘인터넷정보학회지’에 투고 및 게재했다.

1. 수직빌딩숲이란

수직빌딩숲이란 빌딩 전체가 나무로 뒤덮혀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이탈리아 건축가인 스테파노 보에리가 제안한 새로운 건축 타입이다. 위의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수직빌딩숲은 다른 건축물과는 다르게 토지 면적 대비 높은 숲 면적을 보유하고 있어, 우수한 환경적 효과를 가진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로 위의 빌딩숲인 보스코 베르티칼레는 총 1만m2의 식재 면적을 가지고 있어 도시공기정화, 도심 온도 하락, 소음 차단, 생물 다양성 강화와 같은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있다.

그렇기에 개발압력이 높아 토지가격이 비싼 부지 한해서, 서울시가 무리하게 매입을 추진하는 것 대신, 토지주에게 수직빌딩숲을 짓도록 유도하면 지주와 서울시 모두에게 수직빌딩숲은 매력적인 대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전세계에서 인공지반 식재 기술이 가장 우수한 나라 중에 하나로, 수직 빌딩숲을 건설하는데 필요한 모든 기술을 가지고 있다. 이에 근거를 들어 다음의 입지에 수직빌딩숲 입지 선정을 제안한다.

  1. 토지 공시지가가 높아 매입이 어려운 지역
  2. 대기오염이 심해 공기정화가 필요한 지역
  3. 녹지가 부족한 지역
  4. 주변 상권의 발달로 인해 개발압력이 높은 지역

2. 수직빌딩숲 입지 선정

지금부터 위의 네 가지 기준에 따른 입지 선정을 위한 GIS 방법론을 살펴보겠다. 해당 분석을 위한 대표적인 GIS 방법론으로는 보간법의 종류인 Kriging 보간법을 사용하여, 각 대기원소별 서울시 오염도 분포도를 만들었다. 이때, Hotspot 분석을 통해 관측지점의 오염도에 따라 가중치를 두도록 설계했다. 녹지와, 개발압력 등은 대기분포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 판단하여 Kernel density 보간법을 사용하였다. 이를 통해 지역 밀집도를 좀 더 고려할 수 있는 분포도를 추출하였다. 마지막으로 Fuzzy overlay를 사영하여 해당 오염도를 취합한 후에 서울시 행정동별 최종 대기오염 value값을 추출하기 위하여 Zonal Statistics를 적용했다.

아래는 GIS 분석 결과이다.

  1. 서울시 대기오염도 Layer (Scale : 0~1)

    2010년부터 2018년까지 8년간의 오존, 아황산,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7개의 대기오염 원소 데이터를 활용. 빨간색에서 파란색으로 갈 수록 대기질이 양호함을 의미

  2. 서울시 공시지가 Layer (Scale : 0~1)

    공시지가는 공시지가 상승률과 공시지가 금액 두 가지 레이어를 사용하였다. 이를 위해 2015년, 2018년의 공시지가 데이터를 활용하여, 두 데이터의 차이를 이용해 공시지가 상승률 Layer를 만들었고, Kernel Density 기법을 활용하여 공시지가 분포 Layer를 만들었다. 이후 두 레이어의 곱을 통해 최종 공시지가 Layer를 추출했다.

  3. 서울시 녹지분포 Layer (Scale : 0~1)

    산림을 제외한 도심 속 녹지 분포 추출을 위해 ‘서울시 옥상녹화사업 위치정보’와 ‘서울시 녹지대 위치정보’를 사용하였다. 좌표로 주어진 데이터를 범위 데이터로 만들기 위해 Hotspot 분석을 시행하였으며, 이후 Kernel Density를 이용해 최종 레이어를 추출했다.

  4. 서울시 개발압력 Layer (Scale : 0~1)

    주변 상권의 규모를 기준으로 서울시 개발압력 분포도를 추출했다. 이를 위해 공공데이터 포털에서 제공하는 소상공인 점포 데이터를 활용하여, 소점포부터 백화점, 병원까지 다양한 업종들이 해당 지역에 얼마나 분포하는 지를 기준으로 Layer를 만들었다.

  5. 최종 결과 Layer (Scale : 0~1)

    위의 네 가지 결과를 Fuzzy-Overlay를 이용하여 최종 결과 Layer를 작성하였다. 이후 Zonaly-Statistics를 이용하여 최종 지역을 선별하였다. 빨간색이 진할수록 수직빌딩숲이 위치하기에 좋은 지역이다.

3. GIS 분석 결과

위의 GIS 분석 과정을 거쳐서 추출한 각 개별 레이어와 최종 결과 레이어는 다음과 같다.

위의 종합결과에서 남산, 북한산 일대 등 산림 지역이 높게 나온 이유는 서울시 녹지 분포도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도심 녹지만 고려하고 산림 녹지는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고 최종 결과를 살펴보면 실제로 땅값이 높은, 용산, 강남일대 등의 공원들이 입지 선정으로 인해 다수 선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해당 GIS 결과를 기반으로 건물을 지을만한 면적을 가지고 있고, 토지 용도가 일반주거에 해당하는 공원 일몰 부지들을 소개하면 다음의 부지들이 있다. 해당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는 국유지, 사유지 여부를 가리지 않고 선정하였다. 참고로 위 사진 속 이탈리아에 지어진 Bosco-Verticale의 면적은 758.37m2이다.

<최종 선정 부지(2018년 기준)>

공원명 주소 일몰 면적 용도
백제요지근린공원 강남구 대치동 212-1 15,950m2 제1종일반주거
쌍문근린공원 도봉구 쌍문동 산79 186,886m2 제1종일반주거
메낙골근린공원 영등포구 신길동 895 45,507m2 제1종일반주거
소라어린이공원 서초동 방배동 997-1 1,780m2 제1종일반주거
노량진근린공원 동작구 대방동 23-181 73,326m2 제1종일반주거

실제로 위 5개 공원을 포함해서 총 35개의 일몰 공원이 수직빌딩숲 부지로 선정되었다. 해당 결과가 타당하기 위해서 다음의 표들을 살펴보자. 전체면적에 대한 공시지가 보상비는 ‘2030 서울시 공원녹지 기본계획’에서 발췌했다.

<35개소 선정부지 면적 비율>

전체면적(130개소) 선정면적(35개소) 면적 비율
91.748km2 2.098km2 2.28%

<35개소 공시지가 보상 비율>

전체 보상비(130개소) 선정 보상지(35개소) 보상금 비율
3조 9000억 9천200억 28.75%

위에 두 표에서 나와있듯이, 전체 일몰면적에서 2.28%만을 차지하는 면적을 매입하기 위해 전체 매입 예산의 28.78%를 사용해야 한다. 그러므로 해당 부지를 매입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인 해결책임을 알 수 있으며, 따라서 위 35개소에 해당해서는 다른 해결책이 필요하다. 재차 말하면 다른 해결책에 대한 우리의 주장이 ‘수직빌딩숲’이다.

최종 부지_소라어린이공원

위에서 선정한 5개의 공원 중 시범적으로 수직빌딩숲을 건설하기 좋은 부지는 ‘소라어린이공원’부지라고 판단했다. 소라어린이공원은 현재 사유지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상황으로, 아직까지 공원집행률이 0%이다. 그렇기에 공원일몰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곳으로 판단된다. 또한 공원 공시지가와 동 평균 공시지가의 차이도 상당해서 토지주가 쉽사리 해당 부지를 지자체에 매각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일몰면적 보상 공시지가 행정동 공시지가 비율
1,780m2 1,854,000원 5,620,000원 33%

이번 칼럼을 통해 수직빌딩숲을 건설하는 것이 나름 괜찮은 대안책이라고 느끼면 다행이겠지만, 학부생 수준으로 연구와 논문 작성을 진행했기에 전문가가 이 칼럼을 보았을 때에는 부족함이 많을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칼럼을 본 많은 사람들이 선정 부지를 매입하는 것이 비효율적임을 느꼈으리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수직빌딩숲이 공원일몰제의 완벽한 대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아무리 숲 보유 면적이 뛰어나다 할 지라도, 전체 공원 면적은 줄어들 것이며, 또한 겨울철 삭막한 외관 등 다양한 문제 역시 해결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내가 가지는 바람은 해당 칼럼을 읽은 사람들이 공원일몰제의 심각성과 대책 마련의 필요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였으면 하는 것이다.

이제 경제적인 점검은 할 수 있는 정도로 했다고 생각한다. 이제 다음 시리즈에서는 딥러닝과 머신러닝을 이용하여, 수직빌딩숲의 환경적 효과와, 공원의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를 살펴볼 예정이다. 백번 사람들에게 공원이 환경에 도움이 된다고 말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공원의 실질적인 경제적 효과에서는 공원과 공원 주변 아파트의 집값과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방향으로 연구한 내용으로 칼럼을 써볼 생각이다.


이번 시리즈를 통해 공원일몰제와 공원의 중요성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reference

  • 2020년 사라지는 우리동네 공원찾기
  • 2030 서울시 기본 녹지 계획
  • Spatial Data Analysis Using the Kriging, 한국통계학회
  • Kernel density estimation, Patric Breheny, Iowa University
  • 서울시 소규모 미집행 근린공원의 민간공원법 적용 가능성 연구 (최유미, 2014)
  • 미집행 공원 현황과 정책 과제 (김예성, 2017)
  • 서울시 공원일몰제 시행에 대비한 수직빌딩숲 입지 선정 및 제안 (김민기, 유민형, 2018)